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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 ( 노 천명)

해오라비.별꽃 2010. 4. 20. 09:18

난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초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남포불을 돋운 포장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된다

 

산넘어 지나온 저 동네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짚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소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