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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 윤숙)

해오라비.별꽃 2010. 6. 7. 10:29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어져

원수와 싸우기엔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 내 피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 숲

이순신같이 나폴레온같이 씨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머나먼 적진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사람들과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채

골짜기 풀 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 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은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 숲에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한다

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곳에 주저말고 죽을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적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유쾌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줌 흙이 되기를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1950.8월 그믐 광주 산곡에서

피난처를 미처 찾지 못한  나는 광주 산곡을 헤메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