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혼인을 앞둔 이들에게, (서 정홍)

해오라비.별꽃 2016. 3. 16. 20:45

초대장 마구잡이로 보내지 말고

온 마음으로 축하해 줄 사람 스무 명 안팎으로만 보내고

 

시간마다 벽돌처럼 부부를 찍어내는

딱딱한 시멘트 예식장에 억지로 꾸민 화려한 분위기 말고

풀벌레와 새들이 노래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숲 속에서

 

시커먼 양복에 남이 입던 드레스를 

돈까지 들여 질질 끌고 다니지 말고

편안한 생활 한복이나 입던 옷 깨끗이 빨아 입고

 

불편한 구두 신지 말고,

맨발로 모든 생명을 살리는 흙의 기운을 밟으며

찾아오는 손님 부담스럽게 만드는 경조비 받지 말고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 가져와 

서로 나누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 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요란한 뷔페 음식 말고

정성 들여 손수 지은 따끈 따끈한 밥과

된장과 김치와 막걸리 준비하여

 

신랑 신부 식장에 들어올 때는

혼란스러운 폭죽 같은거 터트리지 말고

곱게 물든 가랑잎이나 들꽃을 뿌려주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례한테 뻔한 소리 듣지 말고

부모 형제와 이웃들과 벗들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덕담을 들으며

혼인식이 끝나면 도망가듯이

태국이니 필리핀이니 낯선 땅으로 신혼 여행 떠나지 말고

나비와 잠자리와 새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고 놀다가

4박 5일쯤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봉사활동 떠나면 어떠랴

 


이십 여년 전 저 역시 아들 둘을 이 글에 맞지않은 부끄러운 결혼을 시켰습니다,

그동안 부조한 돈이 얼만데 하면서 마치 내 돈 회수하듯 청첩장을 돌리고

손님이 많을 수 록 내 품위나 지위가 올라가는 줄 알고 자식을 결혼 시킨것이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부끄럽던지,,,

자식이 하나 더 있어 결혼식을 시킨다면  위와 같이 해보겠습니다,

이제 제 손주들만은 구태의연한 옛 결혼 방식은 택하지 않아야겠지요?

우리나라는 장례나 결혼 문화는 뭔가 많이 잘못된것은 맞습니다,

누군가부터 그 고리는 끊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