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군불,

해오라비.별꽃 2016. 9. 29. 21:44

군불이란게 구들을 잘놓으면 굴뚝에서 연기를 잘 빨아댕겨

아궁이로 연기도 안나오고 부엌도 안 그슬리고 방도 뜨시고 좋은데

구들을 잘못 놓으면 굴뚝으로 나가야 할 연기가

아궁이로 되나와 워메!~ 사람 너구리 잡아여~~~

땔감이 넉넉잖아 채마르지도 않은 생솔을 때는 날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그러던 것이 요즘은 순환 모터를 굴뚝에 달아놓으니

굴뚝으로 연기가 얼마나 잘 빨려나가는지

이것이 진작에 나왔더라면 우리 어메 좀 덜 우셨을텐데,

어쩌면 연기를 핑계로 서럽게 더 우셨으리라,,,

 

군불,,, 

내 어릴적엔 모두 불을 때서 밥도 하고 방도 뎁혔는데

십구공탄에 밀리고 전기에 밀려

난방도 밥도 모두 전기로 다 해결을 하니

이젠 방에 군불 지필 일이 없다,

그런데 왜 세월이 갈 수 록 군불이 지피고 싶을까?

 

우리 할메와 어메의 삶을 지피던 군불,

그 군불이 이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한것 같다,

군불 지핀듯이 다쓰하게 정과 정으로 이어지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사람을 못믿고

짐승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하는 시절이 되었으니

시절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연기처럼 아련히 피여오르는 향수,

산밑 동리 이 집 저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아버지는 밭일을 마치고 밭둑에 매어 놓았던 소 타래기 풀어

느릿 느릿 집으로 향하고

천방지축 뛰노는 아이들 부르는 누나 소리가

연기처럼 온 들에 퍼지고,,,

군불 뜨뜻이 땐 호롱불 흐릿한 방에선

달그락 거리는 숟가락 소리에 하하 호호,,,그랬었는데,,,

 

오늘은

아련히 잊혀져가는 내 유년에 군불 한벜 지펴본다,

 

(한벜: 한부엌의 경상도 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