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리 바다 보아라
'고추 굵혀서 보내 줌세' 어느날 영주 언니(별꽃님)랑 통화 하면서 선뜻 나눔을 전해 주셨었다
고추를 굵힌다함은 그 양반과 나만의 속내도 들어있음을...
무장 무장 익어가는 세월인 줄 알았더니 아직도 덜 영글고 매운 덩어리 그대로 지니고 더러 반격을
가하는 마음에게 익히고 삭히라는 속내평도 있었음을...
버스로 보내 주신 상자를 받아서 열어보니 세상이 온통 화아란하다
고추를 굵히자니 오이가 늙어가고 덜 여문대로 익은대로 나눠 먹으라는 당부도 계셨지만
짧으면서도 그 양반 특유의 재치가 들어간 편지에 웃다말고 눈물이 번졌다
한동안 속앓이한 형편도 형편이지만 언제나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시는 앞에서는 그저 고개
주억거리며 듣고 있다보면 세상의 어느 진미가 그맛을 대신할 수 있을까
어느 한편에서는 상대를 깎아내리다 못해 비난과 힐책을
또 어느 한편에서는 무지를 탓하며 택도 아닌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 단순한 춤바람을 일으키게할 재간이 없다면 적어도 어둔한 세상의
걸음걸이를 하는 사람에게 조언과 다독거림으로 일깨워 줄 수는 없는 것인지
당황에서 어처구니로 다시 미움으로 내달리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자 연민과 안타까움이 그 자리를 메운다
발동하는 오기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 조금더 나이 먹은 내가 내려놓자.
당신도 내나이 되면 그마음 알 수 있으리..라는 혼자만의 넉두리를 해 본다
진득하게 다가오는 사람내음. 그 내음을 한껏 풍미롭게 내뿜으시는 영주 언니!
더러는 재미시리 더러는 눈물나게시리 더러는 단호하게시리 더러는 오줄없게시리...
우리는 그렇게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보면 별도 달도 지나고 구름도 지나고 햇살 가득해지는 마음을 안고
'우리 또 다음에 얘기 나눔세.'
실컨 하고도 못다한 얘기가 늘 전화선을 타고 아쉬움을 남기곤 한다
말씀대로 지인들과 나누고 고기 몇조각 구워 다른 반찬 필요없이 이지가지 보내주신 야채로 임금님의
수랏상이 부럽지 않은 저녁상을 마주했다
꿀맛이라기 보다 해탈의 경지에서 날아드는 신선의 호흡같은 그 밥상의 기억으로 나는 오래도록 행복할 것이다
호랑이나 표범의 무늬는 사냥꾼을 불러 들인다고 했듯이 편한 함으로 다가오신 양반으로 하여 덕을 가득
챙기는 이 넉넉함에 감사한다
욕망을 넘어서야 자유로워지 듯이 그래서 거울처럼 가만 있어도 되는 사람이 있듯이
영주 언니의 소박함에서 그러한 것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근처에서 함께 해 주시는 나의 벗들에게도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건없이 도와 주고 조건없이 사랑해 주고 조건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나눠 주고 그 덕스런 마음새들이 내겐
보배롭다. 강가의 수많은 모래알 수만큼이나 많은 보배를 나는 지닌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박시리가 받아 보았습니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저를 봐 주시는 언니께 오늘은 공개적으로 답장드립니다.
들에 핀 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도 덕으로 보는 순간이라지요
그 많은 꽃들을 어루만지시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시니 언제나 주위에 사람으로 넘치시는구나 합니다
이쁜 꽃을 꺾어 화병에 꽂는 욕심으로 차 어지러운 사람과는 달리 그저 자연의 소중함을 아시는 마음으로
늘상 베풀어 주신 손결. 마음결에 감사드립니다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스승은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말값에 책임지지 못했던 순간도 지나가고 속이 차야 익고 영근다는 비밀은 더러 생각지 않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영글게 굵혀 주신 고추...로 부덕한 저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래 건강하시고 늘 일깨움 주십사..그리고 억수로 사랑한다는 말씀드립니다..갈갈갈
Richard Abel / Heure Exqu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