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님이 먼저라지만
별꽃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에 돌단풍꽃을 키우는데 실패했다는 댓글을 남겼더니
시내에 나가는 길에 돌단풍 버스편에 보내겠다시길래
- 시간도 없으신데 괜찮습니다 -
- 내마음일세 - 하시며 기어이 인편으로 보내주신 돌단풍
행여나 뾰죽 나오던 꽃대 주저 앉을까 며칠을 노심초사했더니
보내주신 이의 마음과 받은 이의 마음을 알았던가 아침에 화초에 물을 줄려고보니 어느새 꽃대의 키가 한참을 자라 있었다.
반가움과 놀라움을 누가 알까?
'더러는 잠시 한가한 시간을 내어 대숲에서 나는 바람소리를 듣고
배꽃에 흐르는 비를 맞으며 그림자하고 즐긴다오. 그 누가 이런 흥을 알겠습니까'라던 이덕무가
백동수에게 보낸 안분지족의 편지처럼 나는 그 양반 보다 더 좁은 터에서 즐기는 이 한가함으로
'당신의 마음보다 내마음이 더 흥겨움을 아시겠습니까'라고 은근히 이덕무를 향해 농처럼 던지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오래 묵은 술처럼 은근함으로 평생의 벗으로 가는 경우도 좋고
새로운 연으로 설렘으로 마주하는 방금의 벗도 좋다
아파트라는 정해진 공간에서 덩치 큰 이름있는 나무나 화초는 아니더라도
자잘한 꽃망울을 터트리는 작은 꽃들의 어우러짐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꽃대를 밀어올린 시간들,
어쩌면 그것으로하여 더 살가운지도 모르겠다
얼핏 스치면서 읽은 싯귀절에 꽃보다 님이 먼저였다..라는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 불현듯 한용운님의 글이 가슴에 닿았다
-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라던..
나도 이쁜 주둥이로 님보다 꽃이 먼저라고 말하겠다
돌단풍 꽃 피우던 날
비밀처럼 새는 봄날 아침에
주렁주렁 봄을 달고 돌단풍 꽃 피었네
세상의 한 구석 나의 거실에
화르르 세상의 무성한 소문을 달고
님의 사랑보다 먼저 가슴을 열었네
눈보다 눈부시다
님보다 멋지다
분명한 탄생이 아름다웠네
절망처럼 더듬는 생의 음률이 아니라
꽃송이 엮은 희망이
자꾸만 자꾸만 허공으로 뻗어가자 하네
내 이쁜 주둥이도 그만 할 말을 잃었네
- 심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