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보관함

노란 우체통,

해오라비.별꽃 2020. 1. 16. 11:59

이담에,

이담에,,,

내가

살다 살다 살다가,,,

이 목숨이 다하는 날

세상이 날 버리는 날

이 편지가 너희에게 전하여지길 바라며

내 생전의 마음을 여기에 적노라

나 죽거든 너희들 너무 슬퍼말거라

슬퍼할 만큼 좋은 에민 아니였던것 같으니,,,

나와 너희들,,,,

부모 자식의 연으로 맺어는 졌지만

아!~ 이젠 그 연을 끊을때가 된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 내 나이 갓 스물을 넘긴 때

아무 준비도 없이 나는 아내라는 명칭을 달았었고

너희들 엄마가 되었었다

참 어색하고 부끄럽고 쑥스럽고 그 기분 아직도 생생하구나

너희들이 내 자식이 되어 복에 겨운 날도 있었다만

내겐 힘에 겨운 날이 더 많은듯 하였구나

엄마 노릇하기 참 힘 들더구나,

포기하고 싶을 때도 참 많았다만  용케도 잘 참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구나,

용희,준희야!  잘 있거라,

나 죽고나면 당분간은 슬퍼들 하겠지 

슬퍼함은 나 죽고난 뒤 남은 자들의 몫이니

그것까지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닌듯하다만

그러나 빨리 잊어버려라,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크다고

나 떠나고 나면 살았던 자리가 있으니 더러는 생각들이 나겠지,

나는 나 혼자 정말 혼자 홀가분히 떠나고싶다,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내가 되어 훨훨,,,,,,

그리고 부탁한다,

이 부탁만큼은 꼭,꼭,꼭 좀 들어주거라

나 죽거든 절대 무덤같은건 만들지마라,

자손된 너희야 나 보고 싶으면 무덤 가에라도 찾아와

한 잔 술, 두 번 절에 효도를 하고 싶겠지만

그 또한 부질없는짓, 그만 두거라

그저 화장하여 깨끗해진 한 줌 재를

우리집 농장 산위에 올라 훌 훌 뿌려주렴, 

바람따라 구름따라 흔적없이 떠날것이다,

아~~~ 부질없는 말들을 하면서 많이도 울었구나, 

내 보물 1 2 3 4 5 6  호, 이철이, 정인이,예원이,민지, 휘재,석현이,

내, 이 아이들과의 작별이 못내 아쉽구나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인데,,,

참 많이 사랑했는데,,,,

아이들은 나의 끝을 보겠지만

나는 저들의 자람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다는게 참 슬프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할미로 기억되려는지?,,,,,

좋은 할미로 거억되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은 이 아이들에게 부디 좋은 부모가 되거라

아니다, 지금도 너희들은 애비 노릇 잘 하고있더라, 

나와 너희 아버진 가난이 싫어 가난만큼은 대물림하지않으려

살다보니 너희들 정서교육엔 많이 등한시 하였음을 인정한다,

돈은 살면서 벌어도 되지만 교육은 때가 지나면 늦는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그것마저도 내 뜻과는 달라 마음 아팠었다.

아~~  이 모두 부질없음을,,,, 그만 가련다,

지금부터 내가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시공을 닫은 노인별 되어 지켜볼뿐인것을,,,

내 사랑 ,,, 내  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