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을 자주 타다 보니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가슴을 밀고 오는 것은 무엇일까.
집에서 사무실까지 가려면 북한산 보국문에서 압구정 로데오 역까지
지하철을 네 번이나 갈아 타야하는데
어제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간장게장에 대한 어느 시인의 詩가 차창에 기대어 서있는데
내 눈이 스치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마음이 울컥해 지면서
잠시 마음을 조용히 가다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데...
평소의 일상처럼 그냥 지나치고
기존의 인식된 개념과 굳어진 관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개념을 새로이 정리해 볼 수 있는
심장을 울리는
그런 詩가 차창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약간 달콤하면서도 짬쪼름한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 불릴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이다.
노르스름한 장이 담긴 등딱지에 밥을 비비면 다른 반찬 필요 없을 만큼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부터 ‘평택으로 시집가면 밥걱정, 반찬걱정 안 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평택의 꽃게와 쌀 등이 유명해서인데, 맛있는 쌀이 있고
밥도둑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게장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간장게장이
어느 시인의 섬세한 눈에 비치는 꽃게는 우리가 즐겨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 큰 아픔이 존재하고 있었음에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삶,
그 밑으로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침묵의 소리를 왜,
듣지 않고 살았을까, 라는 울림에 가는 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롤로스케이트처럼 일상으로 연결되어진 삶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었던 내 인식을 다시 한 번 긴장케 하고
새로이 걸러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시간이었다.
자신에게 오랫동안 길들여진 인식체계가 주는 습관이었기에
이미 화석처럼 굳어진 기존의 의식과 관념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한 내 욕심이
[누군가에게 간장을 붓듯이] 그 사람의 삶에 아픔을 끼친 것은 없었는지
반성과 함께 더욱 조심히 살아가기를 기도해 본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아~
詩을 읽고 나니 마음이 울컥.
우리가 맛있는 반찬으로 먹는 간장게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미처 생각조차하지 못했던
작은 생명체, 꽃게의 엄청난 비극의 틈새가 이렇게 아플 줄이야.
어미꽃게가 품고 있는 새끼(알)들을 보호하려는 안간힘 속에서
새끼들에게 위험과 공포로부터 안심시키기 위해서
검은 간장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순간,
“저녁이라며” 잠잘 시간을 알리는 어미꽃게의
처절한 모성애.
자신의 알인, 아직 여린 새끼를 위해
자식을 위해 온 몸과 목숨을 바쳐 지켜주는 꽃게에게 눈물이 나는 것은...
마치 우리들의 부모님도 그러했을 것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 앞에서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라는 대목 앞에서
먹먹해지는 마음이 더 강하게 밀려오며
(미처 의식하지 못한) 내 욕심 때문에 누군가에게 간장을 붓듯이
삶에 누를 끼친 것은 없었는지 반성과 함께
더 조심히 살아가기를 기도해 보며 오는 길었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현실과 마주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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