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이 가을도 어느덧 다 지내고
울밑에 시든 국화 캐어 다시 옮겨 두고
호올로 술을 대하다 두루 생각나외다
뜨다 지는 달이 숲속에 어른거리고
가는 별똥이 번개처럼 빗날리고
두어 집 외딴 마을에 밤은 고요하외다
자주 된서리 치고 찬바람 닥쳐오고
여윈 귀뚜리 점점 소리도 얼고
더져둔 매화 한 등걸 지나 봄을 아외다
오면 가려하지 않고 가면 아니 오네
오노라 가노라 하니 볼 날이 전혀없네
오늘도 가노라 하니 그를 슬퍼하노라
'좋아하는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에 대하여 (0) | 2014.01.09 |
---|---|
누구나 살면서 어느 날 문득 (0) | 2013.12.26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도 아름다워라, (0) | 2013.12.19 |
男兒, 한 용운 (0) | 2013.12.18 |
담백(擔泊)함 한시 (0) | 2013.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