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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이 병기)

해오라비.별꽃 2020. 1. 10. 18:09

         난초(蘭草)    (이 병기)


한 손에 책을 들고 조으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새로 난 난초 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야


산뜻한 아침볕이 발 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오늘도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내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기 또한 일어라.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이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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