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蘭草) (이 병기)
한 손에 책을 들고 조으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새로 난 난초 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야
산뜻한 아침볕이 발 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오늘도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내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기 또한 일어라.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이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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