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신판 고래장,

해오라비.별꽃 2014. 1. 10. 19:52

아무리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지만

댓잎 푸르기가 우리 어메만 했을라구

그런 울 어메가, 울 어메가,,,애기가 되었다,

얼마나 누워 베겼는지 뒷머리는 까치집을 지었고

이고 업고 들고도 펄펄 날더니 머리빗 들 힘도 없다

꼬구라지듯 걷는 걸음은 위태로워

새로이 첫돐맞이 애기가 되었다, 늙으면 애 된다더니,,,

양푼에 비벼 밥도 많이 잡수시더니,,,겨우 한 숟갈,

분 바르고 눈썹 그리고 입술 바르고

금반지 즐겨 끼시던 어메가 

너희들 보는것 만으로 족하시단다,

 

자식들 애 먹는다고 요양원으로 보내달라,

아들은 못 보낸다,빼구다리를 쳐 보았지만

혼자서도 여러남매 젖 물려 입히고 먹이고 키우셨건만

자식 여러 남매가 엄마 한 분을 뫼시지 못하고

결국엔 남들과 마찬가지로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정신은 말짱하시지만

때 되니 날라오는 조석을 자시는 어른들은 

평생에 익숙해진 습관대로 수저를 들뿐

이미 영혼은 떠나고 멍하니 감정이 없다,

사람의 가는 길이 다 이런거구나,,,

 

사변후 고아원이 그렇게 생기더니

한때는 자고나면 초등학교가 지어지고,

대학교가 경쟁이라도 하듯 들어서더니, 

근래에 들어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노인 병원,요양원,

신판 고래장의 엄마를 뵙고 나서는 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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