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시어머님 답서,

해오라비.별꽃 2014. 1. 9. 23:31

 

며나리 보아라

 

소식 적조하여 궁금하던차 너의 친서를 받아보니

너의 안면을 상대한듯 반갑다,

요즘 너의 내외 신상 건강하며 너는 당삭이 되여

몹시 괴로울듯 애석하다,

이곳 시모는 약도 여전 먹고 주사도 맞고 더하지는 아니하나

아조 낫지 아니하여 괴롭다,

시아반님께선 침전 여전하시고 백부께서도 안녕하시며

시동생 삼남매 일안하니 다행이다,

한재가 심하여 걱정으로 지낸다,

단오 명절 당하여 너희들 생각 하였다,

너희들 보고 싶을때는 얼른 가서 보고 왔으면 좋겠으나

농철은 나서고 여유가 없어 생각만 간절할 뿐이다,

몸조심하고 순산하거든 기별 하여라,

가서 보아 주지는 못해도 잊을때가 없다,

여기 걱정은 너무 하지 마러라,

할 말은 무궁하나 이만 그친다,

내내 앞으로 건강을 빌며 희소식을 기다린다,

끝으로 논에 물있는 서마지기는 심었다,

 

           음 오 월 초 구 일 시모 답서,

 

참 오래된 편집니다,

사십오 년전 시어머님께서 삐뚤 빼뚤 서툰 글씨로

제게 보내신 답서입니다,

시동생들이 쓰던 몽당 연필에

연신 침을 묻혀가면서 쓰셨겠지요,

어른은 가시고 안계시지만 이렇게 글이 남아있네요,

새로운 감회로 편지를 읽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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