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폭설이 내리고
어딘가엔 비가 내리고
어딘가로 부터 뻗어온 강물은
뜻모를 소리가 겹치는 여울을 듣고 있겠거니
사람으로 와서 한계절 또 한계절
굽이마다 꽃피고 풀잎 돋더니
땡볕 푹푹 쪄대더니
바람이 갈겨 쓴 마른 갈피들
우수수 흩날리더니
다시 쩡쩡 살얼음이 기웃 거리는 겨울입니다
누군가에게 내어 줄 아랫목이 없다면
아랫목에 묻어둔 한공기
이불밑에 익는 저녁이 없다면
사람으로 와서 사는 일도 쓸쓸 하겠습니다,
돌아 눕기가 더 많았던
이런 저런 이유로 보내야 할 일이 많았던
그날, 다음 그날도 흘러온 길이
이마로 번져 얼굴에도 결이 생기니
저물기로 작정한 일도 어제 입니다,
겨울은 유난히 모여 살기가 좋은 때라서
이엉을 엮어 덮은 띳집
방고래 절절 끓는 화롯가에 날을 불러들여
군밤 굽듯 별을 화로에 앉히고
이리 저리 굴려보는 날들이겠습니다,
오래전 황제는 不老,不老,,,
그 불멸의 약초를 애타게 구했으나
아프다 아프다 살이 썩어 갔으니
不老란 애초에 마음이 잡아당겨
서둘러 가는 일이겠습니다,
어느 비탈진 산수유 필 자리 다듬어
눈이 내리고 한순간 따습고 아린날에 모여
아무런 약초 없어도
꼬깃 꼬깃 쪽지를 접듯
달력을 접는 날이겠습니다,
먼 먼 날에도 아득한 들녘 끝
저녁이 시린 발로 서 있는 동구밖 느티나무
함박눈 껴 입는 날
희미하고 바랜 추억 끝에라도
외등이 멀리 내다보는 그 먼 밖에
환한 햇살로 내리 쬐며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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