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고물상

해오라비.별꽃 2015. 1. 11. 08:23

나이 일흔에 무슨 미련이 그리 많은지

뒤안이나 창고에 숱한 세월을 차곡 차곡 쌓아두고

아까워서 버리지를 못하고 삽니다,

이것도 버릴라니 아깝고 저것도 버릴라니 아깝고

들고 보고 놓고 보고 다시 안으로 들입니다,

아들은 제발 좀 버리라고 극성입니다만

버리고 나면 꼭 찾을 일이 생기니 선듯 버리질 못합니다,

내 집에서 버린 하찮은 것이

다른 어떤 이의 집에 가면 아주 유용하게 쓰일때가 있지요,

 

물자가 귀한 시절을 사신 시어른께서

어느것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아 들이시더니

어느새 제가 그러고 삽니다,ㅎ,,,

나는 아버님 같이 그러지 않을거라 다짐했었는데,,,

아버님과 꼭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습니다,

 

육신의 것만 비우고 버릴것이 아니라

마음의 것도 비우고 버려야 하는데

그 또한 무슨 미련에 주렁 주렁 달고 삽니다,,

이젠 유년의 그리움도, 중년의 한스러움도

미움도 원망도 다 내려 놓아야

내 삶의 끝날

소풍 가는 길이 가벼울것이 아니던가?,,,

담아 놓을 몸은 자꾸 망가져 가는데  

무슨 미련에 이리 비우고 버리지 못하는지?

 

그런데 살다보니 헌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습디다,

헌것이라고 다 버리면 헌것을 대신하여

새것이 헌것이 될것이 아니던가?

 

사람도 헌 사람이 있으므로 새 사람들이 있는게 아닐까? 

고물상에서도 사가지 않는 고물 같은 내 삶이여~

 

너 꽃이 아무리 이쁜들 우리 손주들만 하랴?,

 

피는 꽃과 지는 꽃,

아들 둘에 며느리 둘, 손 주 여섯 명,

사춘기에 든 정인이 사진 찍히는걸 싫어해 혼자 빠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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