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줌의 재로,,,

해오라비.별꽃 2015. 3. 25. 10:30

 

 

 

 

 

오늘 구십사 세인 시외오촌 숙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성경에 이르기를 사람이 강건하면 칠팔십 세라 했지만

세월이 좋아져 요즘은 구십을 거뜬히 넘기시는 어른들이 많아지셨다,

생전에 남매를 두시고 영감님은 이십 여년전 보내시고

따님 손에서 여생을 편안히 사시다가 이 좋은 계절에

홀연히 영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이십여년 전 돌아가신 영감님과 합장을 해 드리면서

구성지게 부르는 덜구소리에 가신 두 어른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오랜 세월에 두 분이 서로 알아나 보시려나?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한줌의 재밖에 안되는데

살아서는 무슨 욕심과 미움 원망이 그리 많이 담기는지,,,

 

생전에 오촌 어른께선 일제 치하에 남태평양으로 징용되어 가시면서

갓 결혼한 새 새댁에게 아버지를 맡겨놓고 팔년이나 생사여부도 모른채

지내시다 기적같이 살아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숙모님은 남편도 없는 아이를 낳아 잃어버리시고

홀 시아버지를 모시고 고생 고생 살으셨답니다,

숙부님께선 돌아와보니 가버리고 없을 줄 알았던 숙모님께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음에 그리 고마워하시고 감격을 하셨답니다,

돌아오셔서 남매를 낳아 지극 정성 키우시더니,,,

 

시외오촌,,,평생을 안봐도 괜찮을 친척이지만

가까이 지난탓에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능 방면에 재주가 좋으셔서

딸에게 사 준 피아노를 독학해서 피아노를 어찌나 잘 치시던지,,,

노래도 잘 부르시고 그림도 잘 그리시고 꽃도 잘 가꾸시고,,,

지금 제가 꽃을 가꾸는건 그 어른의 영향인듯 합니다,

시집이라면 시짜 붙은 시금치도 안먹는다는 시절이지만

다 정 가질 탓이려니 합니다,

생전에 두 어른께서 저를 참 아껴 주셨었는데,,,

 

이제는 어디에도 안계십니다, 다만 제 마음속에 계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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