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어린이 예찬 (방정환)

해오라비.별꽃 2017. 10. 25. 22:27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있다, 볕 좋은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히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운 나비의 나래,비단결 같은 꽃잎,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 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만큼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 보라,

우리가 종래 생각해 오던 하나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반 가지나 있느냐,

죄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 보다도 예수 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 산 하나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꾀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칼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 방글 웃으며 대하는 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이가 있을 뿐이다,

오 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참함과,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나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 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루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 곱게 순화시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것을 잊어 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나님ㅡ 위엄 뿐만의 무서운 하나님이 아니고ㅡ 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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