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어느 노부부의 사는 이야기

해오라비.별꽃 2017. 10. 24. 08:53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앉아서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머언 옛날 어느 선인이 앉았음직한 그 자리에

머언 훗날 어느 선인이 그 자리에 또 앉으실까? 

내 육신으로 낳은 자식이 있다면 이 나무들은

내 손끝에서 태어난 또 다른 자식같은 나무들이다,

 

 

내 중년의 세월을 고스라니 여기에 다 쏟아부은

자식같은 소나무들,,,

자식이 귀타고 언제까지나 곁에 두고 살 수 없듯이

이젠 이들도 어디로든 떠나보내야 하는데,,,

어디로 보내랴?

어디로 갈래?

생각 같아선 곁에 두고 싶다만

너는 더 푸르고 나는 자꾸 쇠하여지니 어쩌누,,,

 

 

내 열정에 나무는 푸르렀다만

내 인생은 어느덧 눈 내리는 겨울이네,

여한이야 왜 없을까만 있은들,,,

그리고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다만 십 년만  젊었으면,,,십 년 후에도 이 소리 하것지?ㅎ

지고 가는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어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살아온 세월이 어찌 그 뒷짐 진 손에 다 얹혔겠소만

뒷짐 진 모습이 어찌 그리 겨워 보이십니까?,,,,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 날에도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언덕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는 바람께 듣고

꽃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천 년을 산들 네 마음을 알랴

만 년을 산들 네 마음을 알랴

누가 무슨 일로 이 산을 오르더냐?

물어도 묵묵부답 너는 말이 없구나

음양석,

아들을 못 낳는 여인들은 이 바위 앞에서 치성을 들이면

아들을 얻는다는 신통력이 있다는 바윕니다만

그러나 어찌타 딸이 더 득세를 하는 세월이 되었으니,,,

그래서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되고,,,

 

사람은 앉을 자리 설 자리를 잘 알고 앉고 서야 사람 대접을 잘 받듯이

나무도 어느곳에 앉혀져야 하는가에 따라 같은 나무라도 품새가 달라진다,

 

 

사람이나 나무나 쥔을 잘 만나야 하는 법,

다 같이 키운 나무지만 어느 나무는 이런 좋은 자리에 앉고

아직 명당 자리를 못 찾은 농장의 나무들이 불쌍타,,,

 

날만 새면 나는 이곳을 오르내리며 자식같은 소나무 키우기를 어언 삼십 년,,,

종일 벗할 이 없는 고즈넉한 곳이지만 심신이 지칠때 쯤이면 나는 이곳에 올라

물 소리,새 소리,바람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

어느새 나는 속세를 떠났던 그 옛날 어느 선인이 된다,

 

 

암반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이 물맛을 어찌 잊을 수 가,,,

풀과의 씨름에서 마른 목 축일때의 이 기분을 자식들이 어찌 알까,,,

 

 

 

풀과의 전쟁에서 이겨 보시겠다고 손가락이 휘어지도록,

 등이 굽도록 가위질을 하시는 그 모습이 안스러워 늘 마음이 아픕니다,

혜진이 할아버지 이제 그만 하시고 쉬세요,

 

 

영감님 뽑으실 풀 한 포기라도 덜어드리겠다고

양산을 받쳐든 그 모습이 물봉선 보다도 더 곱구려,,,

아서요, 그 고운 손을 어찌 그리 험하게 돌린단 말이요,

 

깍지 낀 두 손이 참 보기 좋습니다,

젊을때 나는 많이 댕겼으니 이젠 자네 마음껏 나가 노시게,

배려심 많은 남의 영감님,ㅎ

언젠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실때까지 그 두 손 부디 놓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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