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년전 겨울,
젖소를 백 여두 키우던 농가로서 구제역으로 혼이 났었지요.
처음 발생할땐 반경 3키로 내에 소들 살처분 한다더니
겉잡을 수 없이 퍼지는 구제역에
반경 300 미터로 살처분 지시가 내려졌었지요,
자고나면 우리집을 향하여 돌진하는 구제역에
피말리는 하루 하루였었지요,
드디어 반경 200 백 미터 거리의 앞집에도 구제역이 걸려
살처분이 내려졌을때 마침 구제역 걸린집 소들만 살처분 명령이 떨어져서
정말 요행히, 정말 간신히 우리집 소들은 살처분을 면했었지요,
참 애먼 소들 그때 많이 죽었지요,
영문도 모른채 포크레인이 파 놓은 큰 구덩이 속으로 몰려가
우굴 거리며 살처분 당하던 돼지떼,
콕시클린이라는 주사를 맞으며 새끼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며
어미 소는 그렇게 죽어갔었지요,
안도의 한숨도 잠시,
살아 요행을 획득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아닌 형벌,
뱅뱅 돌아가며 소 돼지 다 죽었는데 다행인지 요행인지
우리집 소들만 살아남았었지요, 그런데
살은자와 죽은 자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면서
우리집 소들이 앞집 소들과 같이 죽어주지 않고 살아준게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혼자 살아남았다 해서 좋아할 일만 아닙디다,
살아 남은게 요행이 아니라 곤욕입디다,
소 끌어묻고는 근 한 달을 농장주들에게 내려진 금족령 때문에
생필품이 떨어진 앞집에서 전화로 시장 좀 봐달라기에
시장을 봐와선 집에서 뚝 떨어진 큰길가에 놓아두고
전화해서 가져가라 하고 돈은 한 달후 통장으로 넣어주기로 하고
두어 번 시장을 보아 준적이 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이고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던 행정에
얼마나 실소를 했었던지,,,
지금 전국이 조류 독감으로 난린걸 보면서
사 년전 소 때문에 놀란 생각들을 해보니 남의 일 같질 않습니다,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스레 살아가던 철새들에게 불똥이 튀였습니다,
구정때 민족이 대이동을 하고나면 뒤죽 박죽이 될텐데,,,
제발 조용히 사라져 주었으면,,,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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