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어이 알리
얼마 아니 남은 간장(肝臟) 봄눈(春雪)같이 다 녹는다
이내 한숨 바람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우리 임 자는 영창(映窓)밖에 불면서 뿌려나 주면
날 잊고 깊이 든 잠 놀래어 깨우고저
아서라 쓸데없다 마자 마자 마자해도 그대 생각 뿐이로다
기다리다 못하여 잠간 잠이 들었더니
새벽별 찬 바람에 풍지(風紙)가 날 속였네
행여나 임이 왔나 창문 열고 내다보니
임은 정녕 간곳 없고 명월(明月)조차 왜 밝았나
생각끝에 한숨이요 한숨끝에 눈물이라
마자 마자 마쟀더니 그대 화용(花容)만 어른거려
긴긴 밤을 새웠노라
간밤 꿈에 기러기 보고 오늘 아침 오동(梧桐)위에
까치 앉아 짖었으니 반가운 편지 올까
그리던 임이 올까 기다리고 바랐더니
일락서산 (日落西山) 해는 지고
출문망(出門望)이 몇번인가
언제나 유정(有情)에 이별(離別)없이 살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