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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 개구리 울음소리

해오라비.별꽃 2017. 3. 7. 10:42

 

 

 

 

경칩 - 개구리 울음소리/심여수

 

 

실내에선 이른 봄꽃들의 소리로 요란하다

아직 개구리 울음소리 듣지도 못했는데 오늘이 경칩이란다

철이른 것들로하여 괜시리 마음이 들썩이는 요즘이기도 하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장유(張維)와 김수항(金壽恒) 그리고 이옥(李鈺)이 쓴

와명부(蛙鳴賦)와 청와설(聽蛙說)과 후와명부(後蛙鳴賦)가 전해진단다

 

세 편 모두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짜증이 나서 개구리를 쫓아낼 궁리를 한 경험의 산물이라고..

장유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제 본성대로 울고 그 울음이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데

세상을 훨씬 소란스럽게 하는 큰 개구리에는

화를 내지 못하면서 도리어 본능에 충실한 미물에게나

화를 내는 자신이 잘못이라고..

 

김수항 역시 자신에게서 해결의 열쇠를 찾았다 한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는 개구리의 삶을 통해

오히려 하늘이 부여한 자연스러운 삶을 거부하는

인간의 가식과 허위를 가증스럽게 여기고

자연히 잠을 깨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를

욕하거나 제거할 어떠한 권리도 인간이 가지지

못한다는 인식에 도달한 태도는 생태주의적이라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잘 알 수 있지요. 선생도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이면

반드시 소리가 나는 걸 들어 봤지요?

시장에 모이면 소리가 시장에 가득하고

성에 모이면 소리가 성에 가득하여

멀리서 들으면 국이 끓듯 시끄럽지요.

그러나 천천히 다가가서 하나하나 들어보세요

창자에서 나오는 소리 아닌 것이 없을 테니까요.

슬픈 자의 울음소리, 술에 취한 자의 미친 소리

노래하는 즐거운 소리. 고함치며 싸우는 소리 등등

감정이 맺혀서는 바로 소리가 생겨나지요

개구리도 사람과 같아 그 소리가 감정에서 생겨나지요

소리를 듣고 감정을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답니다.

이옥은 이렇듯 세상의 온갖 소음에서 익명의 군중들이 내뱉는

갖가지 소리와 발언을 분별하여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던 듯 하다..

 

누가 뭐라하든 멀리서는 음악으로 가까이에서는 소음으로

들리는 것이 개구리 울음소리이지만

그들 또한 사연이 있고 감정이 있으리라

희노애락의 애환에 울고 웃는 우리네 모습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큰 소리에 작은 소리가 묻혀 버리는 시절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진정한 애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무관심의 슬픔으로 더 크게 함께 합창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Wish .. SENS (Piano Vers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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