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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그리고

해오라비.별꽃 2017. 6. 30. 10:28

 

 

 

7월/오세영

 

 

바다는 무녀(巫女)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狂女)

산발(散髮)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處女)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戱女)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7월/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홍일표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말,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7월/이오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7월/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7월의 그리움/심여수

 

푸른빛으로 가득한 7월,

아, 나의 그리움처럼 깊다

가슴속에 그 물빛으로

온통 그리워하다 기다리다보면

그리움도 자라지

그대를 기다리는 틈새로

열매가 달리고

꽃을 피우지

어쩌면

꽃보다 먼저

가슴에서 꽃을 피우는 나는,

무시로

슬프다가

아름답다가

그러다가 문득

그리움의 물빛이 떨어지면

7월의 한갓진 품에서 그대를 만나지

제 생살을 뜯어내며

그리움을 전하는 바람결의 손결을

그대여,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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