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옅에 당신을 묻고)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 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은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눈물
마음 둘데없어 바라보는 하늘에는
떨어질듯 깜박이는 눈물같은 별이 몇개
자다 깨어 보채는 엄마없는 우리 아가
울다 잠든 눈썹 속에 젖어있는 별이 몇개
밤
나의 이 그리움 당신이 가져가소서
나의 이 외로움 당신이 가져가소서
그러나 이 아픔 차마 못드려 강물에 버렸더니
밤마다 해일이 되어 내게로 옵니다,
억새풀
당신이 떠나실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모두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 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이 지상의 그리움
가고는 오지 못할 임인 줄 알면서도
하루도 몇 번 하늘 끝 달려갔단 돌아오는
아직도 다함 없는 이 지상의 그리움
헤어져 가던 길 눈 내려 아득한데
새벽이면 길을 쓸고 진종일 기다려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지상의 그리움
살아서 못뵐 임인걸 알면서도
바람 불면 살아나고 별 뜨면 보고지운
아직도 살아있는 기약없는 이 그리움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
밤을 새워 울었습니다,
아침마다 당신으로 마음을 열고
날 저물면 당신 생각으로 마음 걸어 닫으며
매일 매일 당신 생각만으로 사는데도
이렇게 흔들리며 걸어가는 날이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울지 않고
무너지는 나의 마음 때문에 울었습니다
죄를 지은 손 하나를 잘라버리고라도
깨끗한 몸으로 당신께 가고 싶었습니다
제 몸이 불꽃일 때 물길의 마음으로
언제나 당신이 다독이며 오심으로 제가 살았습니다,
제가 손바닥만큼 당신을 사랑할 때
당신은 한아름의 크기로 저를 보듬어 주시어
제가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렇게 흔들리는 밤이 많습니까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
당신이 그리워 울지 않고
제 마음이 야속해 울었습니다,
평생을 원수처럼 지내는 이들도 많은데
어쩌면 이리 그리워할 수 있음이 차라리 났지 않을까?
이리 그리운 사람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걸까?
팔십 년대 참 좋아하는 시였는데,
시를 읽으며 마음이 몹씨 복잡하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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