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자리. 그 존재의 의미/
미세먼지 마신 내목구멍이 칼칼타
소백산자락 쾌청함이 황홀타
만남의 삶이 있는 오늘이 감사타
김장김치 버무리는 손길이 분주타
비워지는 배추포기에 허리가 뻐근타
얼굴에 닿이는 산자락 바람이 시원타
한 상 가득 풍성한 음식이 향긋타
돌아오는 차안에서 벌써 벗들이 궁금타
산너머에서 서성이던 겨울이 생살 터트려
바람으로 오던 날
하나의 계절에 하나의 추억을 쌓고 돌아서는
내게 시골 아낙 언니는 감국의 가지를 가득 안겨주신다
오종종,옹기종기,오밀조밀,알콩달콩 금방 얘기들이
쏟아질 듯 작은꽃들이 가득 매달렸다
가시 품은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소나무처럼 외로워 보이지도 않고
기쁨으로 달뜨는 미루나무 같지도 않고
한 가지에 조롱조롱 자신의 일신을 매달았다
그날의 언니 같기도 한
나 같기도 한
벗들 같기도 한
무장무장 위로만 향하던 청춘일 때는 끝은 없는 줄 알았지
모든 핑계거리는 역마궁뎅이 돌리 듯 이리저리 돌린 채
아랫자리가 평생 주어질지 알고 어리석음을 어리석음인 줄
몰랐던 사람과는 달리 높이 솟은 나무들의 외로움도 알고
바람과 함께 큰울음 우는 안타까운 속내도 진작에 알아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가녀린 꽃으로 향으로
낮은 위치에서 피어난 감국
어리둥절 혼동의 시절에도 안온하기만 하다
길위에서 서성이던 나의 상처가 많아 홀로 그 상처 어루만지던
내게 선물처럼 오던 어느 날.
문득 지는 세월의 나와 작은 노란꽃으로 핀 감국.
그 간극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소백산 자락 언니는 더 많은 서성거림으로 더 많은 그리움으로 또 견디시리
나는 그 아랫자리에서 한참 쉼을 청하게 되리
언젠가 내게도 그렇게 아랫자리 좀 내어달라고 얘기 해 줄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내어 줄 자리는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이 훗날 나에게 주어질 두려움인지도 모르겠다
Echoes Of Beauty - Tron Syv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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