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한 시간 짜리 여행기

해오라비.별꽃 2013. 12. 30. 07:11

풀과의 전쟁이 끝난 겨울은 늘 운동이 부족하다,

풀과 전쟁을 하는 여름은 노동이라도 했지만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컴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지고 친구들과 모여도

걸을 생각 보다 퍼질러 앉아 노닥이나 거리고,,,ㅎ,

그저 쉬운데로 부릉 거리고 차나 몰고 다니고,,,

시골이라 걷기 좋다 하지만 간간이 속도를 무시하고

다니는 차들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껴

그도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고,,,

차량이 뜸한 시간엔 산짐승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이리 미루고 저리 핑개대고,,,ㅎ,,,

 

오후 다섯 시,

버스가 서는 마을 어귀까지 걸어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제법 먼 거리다,

어제까진 꽤 춥더니 날씨도 많이 풀렸고 바람도 없고,,,

그래도 쌀쌀한 기운은 코끝이 알싸하다,

명색이 겨울인데,ㅋ,

 

걷는만큼 내가 사는 집과는 차츰 거리가 멀어지고

어둡기 전에 돌아올것을 계산하고 앞을 향해 자꾸 걷는다.

 

내가 사는 동리는 한우를 많이 키우는 관계로

훅!~ 바람에 불려오는 특유의 소똥냄새,,,크으,,,

내 집에 소를 키우건만 고약한건 고약하니까~ㅋ,,,

소님들 저녁 차려 줄 시간이 되었나 보다,

덜커덩 덜커덩 스탄존 소리 요란하다,,,

 

예전 같으면 집집이 군불을 떼고, 쇠죽을 끓이느라

굴뚝에서 모락 모락 연기가 피어 오를텐데

이젠 꿀뚝에서 연기 같은건 피어 오르지 않는다,

전기 밥솥으로 밥하고 가스렌지로 국 끓이고

난방도 기름을 때니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를 일이 없다,

간혹 나무 보일러를 사용하는 꿀뚝에서 피여나는 연기는

스멀 스멀 산속으로 숨어들뿐,,,

 

동리도 많이 변했네,

사십 여년 전 이곳에 농장을 장만할땐

질퍽 거리는 도로에 차가 빠지면 경운기로 끌어내고 했는데,,,

어디나 잘 포장된 도로가 새삼 고맙다,

 

산 밑 동리 이 집 저 집 축사에 불이 밝혀진다, 

이젠 동리에 사람 수 보다 소 숫자가 훨씬 많아졌다,

어느날 소들이 사람을 부리지 않을까? ㅎㅎ,,, 

바쁠것도 없는 걸음,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이방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멍멍이들이 요란스레 짖는다,

이늠들아!~ 난 소 도둑이 아니고,잠시 지나갈 뿐이니라,,,

 

동지 지나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데

아직은 해거름이 짧다,

드디어 어둠이 자리를 깐다,

하늘을 나는 새도 어두워지면 깃을 들인다는데

나도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왕복 칠천육백 보,시간은 한 시간 십 분,

하루에 만보는 걸으라는데 조금 부족하지만 

하루 운동량으론 족하다,

오늘 밤은 동지 긴긴 밤 한 허리 베혀낼것도 없이 내처 잠들것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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