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모영정 9

어찌 살라고!~

어머나!~ 웬일이디야? 엊저녁 철철 내리던 비가 밤새 눈으로 변해 우리 꽃들을,,,우리 꽃들을,,, 우리 더러 어찌 살라고,,,어찌 이리 잔인할 수 가,,, 안그래도 우리 별꽃님 이 봄이 서럽다카던데 어쩔거나!~~~ 잔인한 사 월이라더니 참 그러네, 하긴 년중 잔인하다만,,, 명자 나무 그늘에 금낭화는 안전하게 보호를 받았네요,ㅎ 눈이 녹으면 어이 되려나? 다시 피워 볼 수 있으려나? 깽깽이가 이제 막 피기 시작 했는데,,, 안그래도 이 봄을 개구리 짐 받듯 깽깽 거리며 겨우 꽃 피는구먼 눈까지 덮어 씌웠으니 어쩔거나,,, 방에서 내다 본 풍경은 보기엔 좋습니다만 안그래도 아푼 봄이 더 아프고 서럽습니다, 눈 녹으면 고대로 꽃들이 살아줘야 할낀데,,, 시절이 수상하여 사람 사는것도 힘들구먼 꽃까지,,, ..

이곳은 母影亭

세월 앞에 어느 것이 온존하랴 삭풍에 삭아지기는 사람이나 원두막이나,,, 모질기도 하지,,, 피쪽으로 얼기 설기 얹은 지붕이 풍상에 삭고 삭아 비가 줄줄 새어 아쉽기는 하지만 헐어버리고 아예 군불을 지필 수 있게 황토방으로 지었습니다, 母影亭, 진시황의 아방궁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늙은이 놀이방으론 그런대로 괜찮아요, 모기 파리도 달려들지 않게 방충망도 달고 오늘 같이 추운 날은 뜨뜻한 아랫목에 앉아 잉걸불에 구운 고구마와 茶를 마시며 나른하게 음악을 들으며 꽃 다 진 황량한 뜰을 내어다 보며 아득히 추억에 잠겨도 보고 노래도 흥얼 거리고 내게 남은 세월을 풀어도 보며 그렇게 삽니다, 젊어선 참 동동 거리며 살았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아주 느긋합니다, 군불 지핀 아랫목엔 풍진 세상에 삭은 삭신 노릿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