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비온뒤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드리자 누님이 편지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며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가락.. 좋아하는 글 모음 2018.01.29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도종환) (옥수수밭 옅에 당신을 묻고)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 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 좋아하는 글 모음 2017.11.26
첫 사랑, (첫사랑) 세상사람 모두 흐르는 시간에 씻겨 하얗게 지워질거라 하지만 저는 그러질 못합니다 영원한 것은 변해가는 것 뿐이라지만 죽으면 모를까 꿈에라도 잊겠습니까 당신을 (의자) 의자는 기다릴 줄 안다 자신을 비운 의자는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이다 무대.. 좋아하는 글 모음 2017.11.24
황진이 시조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은 어디가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잡아 권할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백호 임제가 조선 명기 황진이의 묘소를 지나며 남긴 추모시) 좋아하는 글 모음 2017.10.11
산은 옛 산이로되 ,,,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긎지않고 흐르기로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도 물과 같아서 가고 아니 오노매라,,,(황진이) 그럴사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위당 정인보) 좋아하는 글 모음 2017.04.24
시이소가 있는 풍경 시이소는 늘 기울어 투석기처럼 한쪽 팔을 바닥에 떨구고있다 빈둥거리는 그 사내의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울까? 쏘아올리기에는 두 팔이 너무 길다 곤장이라도 맞은듯 매번 엎어져있다 사내도 굄돌처럼 하늘을 인듯 무겁다 햇빛 그늘진 저 받침점은 무엇인가? 가슴팍에 점 아닌 섬 처럼 .. 좋아하는 글 모음 2017.01.17
玩花衫완화삼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끝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도 한 많음은 병인양하여 달빛아래고요히 흔들리며 가나니,,, 좋아하는 글 모음 2017.01.12
꿈 내 친구 연이는 꿈 많던 계집애 그녀는 시집갈때 이불 보따리 속에 김찬삼의 세계 여행기 한 질을 넣고 갔다 남편은 실업한 문학 청년 그래서 쌀독은 늘 허공으로 가득했다 밤에만 나가는 재주 좋은 시동생이 가끔 쌀을 들고와 먹고 지냈다 연이는 밤마다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났다 아테네.. 좋아하는 글 모음 2016.10.20
싸움도 싸움 나름,,,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가마귀 흰빛을 시샘하여 청강에 조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 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건 너 뿐인가 하노라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리 우리도.. 좋아하는 글 모음 2016.07.01
絶世美人...(오 탁번) 2006,3,21,오후 3시 조선시대 다식판 하나 사려고 양성동 골동품 가게에 들렸는데 늙은 주인은 어딜 가고 갓 스물된 아가씨가 손님을 맞는다 볼우물이 고운 복숭아빛 뺨과 몽실 몽실한 가슴을 보며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희고 미끈한 종아리는 왜무처럼 한 입 배어먹고 싶었다 다식판은 보.. 좋아하는 글 모음 2015.12.28